근무시간 외에는 비서에게도 일정을 알리지 않으며, 휴일 출퇴근 시에는 법인차를 타지 않고 택시나 버스를 이용한다. 사내 보고 시간도 오전 8~11시, 오후 1~4시로 제한해 놓고 나머지 시간은 사내에 있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고수한다 –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차석용 부회장 인터뷰 중에서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의 이른 퇴근은 업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보통의 CEO나 임원들이 퇴근해 사람을 만나거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것과 달리, 차 부회장은 늘 오후 4시에 퇴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퇴근 후가 아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업무시간에는 부회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사원부터 임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고를 받으며 몇 십 건씩 의사결정을 하는 그지만, 일정 시간에는 반드시 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오전 8시까지는 혼자 보내고, 점심시간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큰 조직의 리더일수록 자기만의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업무의 루틴을 바꾸지 않았다.
차석용 부회장이 원칙을 정하면서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세상을 읽는 촉을 키운다
차 부회장은 퇴근 후 회사 사람은 물론 업계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그 흔한 친목모임도 없다. 대신 어디든 돌아다닌다. 매장이든 백화점이든 길거리든, 소비자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패션 아이템도 유심히 본다. 사람들의 취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고서로 받아보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실감하려는 노력이다.
“저는 백화점에 가서도 소비자들하고도 얘기 나누고, 점원하고 30분 이상 대화하는 적도 있어요. ‘요즘 남자들이 무슨 옷 많이 사가요?’ 물으면, 이것도 사가고 저것도 사간다고 설명해 주죠. 왜 사는지 이유도요.”
둘째, 리더로서 결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는 차 부회장은 오전 6~8시와 점심시간은 임직원들과도 만나지 않고 혼자 보내는데, 그때 의사결정을 보완한다. 전날이나 오전에 보고받고 결정한 사항을 더 자세히 검토하고 혹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가 찾으면서 다시 한 번 깊게 보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잔가지를 쳐주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깊은 고민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잡무에 묻혀 정작 중요한 일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관행적으로 하는 일,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과 같은 것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고객을 위해 예술가적 안목을 키운다
차 부회장은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LG생활건강이 찾은 답은 ‘소비자 중심(consumer focus)’이다. 소비자를 중심에 둔 활동이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조직의 과제이자 목표점으로 삼았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고객가치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인 작업이 아닌 예술가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 대부분은 이런 예술가적 안목이 매우 중요해요. 이런 안목을 키우기 위해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회사 밖에서 창의적인 시간을 가지라는 겁니다. 회사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과 씨름한다고 해서 이런 안목이 생기지는 않겠죠.”
일하는 방식은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조직의 달라진 분위기는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주 52시간으로 법적 근무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만큼 업무의 밀도는 촘촘해졌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메일과 메신저 등에 답하다 보면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기 마련.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업무시간에 얼마만큼 일을 할 수 있느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개인의 성장은 물론 조직의 성장 그래프도 달라질 것이다.
비즈니스란 업무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교하게 계획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에 우수한 인재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낭비다.
이 포스팅은 <그로잉 업 :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