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는 지역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피자 맛집 ‘준스피자’가 있다. 준스피자를 운영하는 조병준 사장은 직장을 다니다 2009년 장사를 시작해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2017년에는 매장 한 곳에서 매출 8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폐업률 80% 시대, 10년 동안 가게를 지킨 비결은 무엇일까? 조병준 사장은 ‘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준스피자 주방에는 이미 그의 기록 노트가 빼곡히 꽂혀 있을 정도다. 물론 무턱대고 다 쓴다고 효과가 있지는 않을 터. 그의 노트에는 어떤 항목이 정리돼 있을까?
1. 고객을 기록하라
첫 번째는 단연 고객이다. 특히 리뷰 분석은 필수. 매일 포털사이트에 ‘준스피자’를 검색해서 포스팅을 확인하고 배달 앱 리뷰도 체크한다. 한번은 앱에 이런 리뷰가 올라온 적이 있다.
“문 두드리면 강아지가 엄청 짖어대서 전화 달라 써놨는데… 피자는 항상 맛있습니다.”
배달 요청사항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에는 요청사항을 아예 주문서에 인쇄해서 실수를 줄였다고 한다. 이렇게 준스피자는 고객에게서 서비스 아이디어를 얻는다.
2. 돈을 기록하라
장사할 때는 매출과 지출을 기록해야 한다. 돈 많이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적게 쓰기’이기 때문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기록하는 것은 가계를 관리하는 사장의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다.
먼저 1년에 최소 한 번은 견적을 점검한다. 거래하는 유통업체가 있더라도 다른 곳은 조건이 어떤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업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가격 협상을 해볼 수 있기 때문.
지출항목별 체크카드와 통장을 따로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준스피자에서는 개인과 사업 용도 계좌를 분리하고, 카드도 사용처에 따라 구분해서 쓴다.
또 하나 중요한 것, ‘세금’이다. 5월 종합소득세신고 때 세금으로 내야 할 목돈을 미리 준비해둬야 자금운용에 무리가 없다. 조 사장은 세금 통장을 따로 만들고 전년도 총 세금을 12등분하여 매달 적립한다. 물론 1년에 4번 신고하는 부가가치세도 따로 모아놓는다.
3. 업무를 기록하라
매출을 올리려면 업무 매뉴얼, 업무일지, 거래명세서 등도 챙겨야 한다. 업무 매뉴얼은 직원들이 출근해서 바로 해야 할 일을 적어두고, 업무일지에는 항목별 매출 내용·금액·근무자·정산서를 써서 재고나 매출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거래명세서도 체크해서 누락된 사항은 없는지, 미수금은 없는지 기록한다. 기록만 봐도 얼마나 판매했는지, 누가 어떻게 일했는지 알 수 있다.
4. 직원을 기록하라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사람 관리’, 특히 갑자기 그만두는 사람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준스피자는 준스의 인재상, 취업규칙, 근무규정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한다.
조병준 사장은 매년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사진첩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꿈 리스트를 적게 한다. A직원은 2021년 광진점 오픈, B직원은 하남점 오픈, 이런 식으로 ‘여기서 배워서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직접 확인하며 다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5. 디지로그하라
‘디지로그(digilog)’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여기서는 수기와 디지털을 모두 활용해 효율적으로 기록하라는 뜻이다. 조병준 사장도 노트만 쓰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 편한 항목은 디지털로 기록한다. 즉 기록 자체보다 기록을 잘 실행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기록은 자기경영의 일부다. 기록하고 공부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밑바탕 삼아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조병준 사장은 기록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픈 준비 매뉴얼 같은 사소한 장치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저는 기록을, 장사하면서 지칠 때 기운(氣)이 빠져나가지 않게 잠가주는(lock)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부터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한 줄이 사장님의 멋진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 《저도 장사가 어려운데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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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저도 장사가 어려운데요>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