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자전거, 덕후가 아니어도 투자는 할 수 있으니까

2장 집, 취미도 일도 휴식도 모두 이곳에서

3장 먹고 마시고 투자하라

4장 콘텐츠에서 트렌드를, 트렌드에서 투자를

에필로그

5장 요가,마음챙김과 힐링이라는 서비스

6장 더 이상 게임이 아닌 게임의 세상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즐겨 본다. 시작한 지 2년도 채 안 된 걸로 아는데 어느덧 100만 구독자를 바라볼 만큼 빠르게 성장한 채널이다. 그의 채널에 최근 ‘랜선 투어 유럽 자전거 여행’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자전거 덕후인 조승연 작가는 영상 앞부분에서 자신이 사이클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그는 연애를 위해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Trento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었는데, 조승연 작가보다 먼저 사이클에 입문한 그의 친형이 “트렌토에 살면서 사이클을 타지 않는다는 건 일생일대의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한 것이 사이클을 탄 이유가 되었다고.

트렌토는 세계 3대 자전거 대회 중 하나인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의 가장 중요한 언덕 코스가 있는 도시로, 사이클을 즐기는 전 세계 사람들의 성지라고 한다. 비록 평생의 인연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대신 사이클이라는 인생의 취미를 얻었다는 조승연 작가. 나 역시 비록 트렌토는 아니어도 유럽에 살면서 사이클을 타지 않았다는 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데 크게 공감한다. 서울로 돌아와 코로나 이후에야 사이클을 타기 시작하면서 얻은 뼈아픈 깨달음이자 뒤늦은 후회다.

코로나 이전에도 운동을 통한 자기관리는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였다. 사람들은 건강뿐 아니라 때로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때로는 자기만족을 위해, 때로는 원활한 교류의 수단으로 운동을 해왔다. 코로나 이후에도 그러한 니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운동의 종류와 방식이 달라졌을 뿐.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밀집도 높은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실내 체육시설의 운영 중단을 기점으로 그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행이 주는 에너지를 대신할 무언가도 필요했을 것이다. 새로운 재미도 찾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게 달리기, 자전거, 등산, 골프, 서핑은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대표적인 아웃도어 운동으로 거듭났다. 이른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트렌드의 탄생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로 실내에서 운동을 해왔지만 밖에 나갈 일이 점점 줄어드니 일부러라도 아웃도어 운동을 하나쯤은 해보고 싶었다. 달리기, 자전거, 등산, 골프, 서핑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고 조금씩은 경험해본 것들이었다. 그러나 취미로 삼기에는 하나같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 컸다. 선택을 앞두고 조금 신중해졌다. 사실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거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나와 가장 잘 맞거나 그중 재미있어 보이는 운동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부수적인 목표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좀 더 영리하게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는 늘 ROIReturn on Investment, 즉 투자 대비 성과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성장세가 빠르고, 해당 취미로 파생될 수 있는 경제적 규모가 크다면 아무래도 투자 기회를 찾기가 유리하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다. 돈을 벌 기회는 돈이 많이 모이는 곳에 존재한다.

 

달리기는 접근성도 높고 시장도 크지만, 일단 배제했다. 전작 《외로움을 씁니다》에서 밝혔듯이 나는 뛰기보다 걷기를 좋아한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무척이나 싫어한다. 싫어하는 일을 취미로 삼을 수는 없기에 달리기는 탈락.

등산과 골프는 이미 정점을 찍고 쇠퇴하던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젊은 세대가 새롭게 유입된 케이스다. 등산은 아웃도어 용품이 한차례 인기를 끌었고, 그 여파로 영원무역, 영원무역홀딩스 같은 주식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시기를 이미 거친 바 있다. 하지만 아웃도어 열풍이 수그러들면서 이들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골프 역시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골프존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한때 급등했지만 현재는 빠진 상태다. 등산과 골프처럼 한 번 주가가 크게 오른 뒤 빠진 산업의 경우, 성장의 규모까지 단언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투자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등산과 골프도 배제했다.

남은 건 사이클링과 서핑. 서핑은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서핑 환경이 해외만큼 좋지 않을뿐더러, 매번 바다로 나가야 하는 만큼 서울에서는 접근성이 낮고, 무엇보다 서핑에서 파생되는 산업 자체가 제한적이라 판단했다. 서핑 보드나 서핑 의류 브랜드 중에서 인기를 얻는 브랜드가 간간히 등장하고는 있으나 아직 상장할 규모는 아니었다. 반면 자전거는 어디서든 탈 수 있기에 접근성도 높고,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 및 전기 자전거, 자전거 부품, 자전거 용품, 자전거 의류, 자전거 도로 등 파생되는 산업의 경제적 규모가 몹시 크다는 점이 끌렸다. 게다가 친환경이라는 코드에도 해당되기에 코로나와 관계없이 앞으로의 성장성을 감안해도 투자 기회를 찾아내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지인의 로드바이크1를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까지 생겨서 나는 코로나 시기의 첫 번째 취미로 ‘자전거’를 택했다. 매우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