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시티트래킹이라는 이름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호주를 시작으로 도쿄, 뉴욕, 서울 등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펜과 사진으로 담는 일이다.
서울에서도 도시의 색깔이 느껴지는 멋진 곳들을 그리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을지로는 뭔가 달랐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거칠고 낡은 오래된 풍경이 마음에 들어왔다.
다른 동네와는 다른 이 골목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을지로 재개발 소식을 들었다. 철거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다.
바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을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변화 뒤에 느끼는 것은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래서인지 을지로만큼은 좀 더 많은 것들이 기록되고 기억되었으면 했다.
이런 모습들이 잊히지 않았으면 했고, 그 안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볼 수 있는 만큼, 찍을 수 있는 만큼, 그릴 수 있는 만큼 드로잉과 사진으로 시선들을 수집했다.
새로운 동네, 젊은 동네 을지로도 매력적인 곳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매력의 기반을 만들어준 세월,
골목 안쪽의 오래됐지만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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